
친환경 경제 이후의 경제 모델은 뭘까? 다음 단계를 상상해보다
친환경 경제는 목표가 아니라 ‘전환 구간’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는 친환경 경제를 마치 최종 목적지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쓰고, 환경을 덜 해치면 경제도 지속가능해질 거라는 기대다. 이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길게 보면, 친환경 경제는 완성된 모델이라기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환 구간에 더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친환경 경제 역시 여전히 ‘성장’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고, 성장 중심 구조가 가진 한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친환경 경제는 “덜 해치면서 계속 성장하자”에 가깝다. 하지만 자원은 여전히 유한하고, 기후와 환경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결국 어느 순간에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보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여기서부터 경제 모델의 초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다음 단계의 핵심은 ‘얼마나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굴러갈까’다
과거 경제는 생산량이 곧 경쟁력이었다. 더 많이 만들고, 더 빨리 소비시키는 구조가 곧 성공이었다. 친환경 경제는 이 흐름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지만, 분명히 질문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그 성장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이 질문이 한 번 더 바뀔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보다 운영의 완성도가 중심이 되는 경제다. 에너지, 자원, 노동, 물류, 데이터가 얼마나 낭비 없이 연결되고 관리되는지가 경쟁력이 된다. 같은 자원을 쓰더라도 어떤 시스템은 오래 버티고, 어떤 시스템은 쉽게 흔들린다. 결국 다음 경제 모델은 성장의 속도보다 구조의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순환 경제는 선택지가 아니라 ‘기본값’이 된다
친환경 이후의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순환 경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순환 경제가 하나의 특별한 모델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오히려 너무 당연해져서 굳이 이름조차 붙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제품을 만들 때부터 재사용과 재활용을 고려하고, 쓰고 버리는 구조가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구조가 기본이 되는 사회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친환경 제품”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제품이 어느 정도는 순환을 전제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이때 친환경의 중심은 소비자의 의식이 아니라 기업의 설계 능력과 시스템 운영 능력으로 이동한다. 즉,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구조가 중요해진다.
미래 경제의 진짜 자원은 에너지가 아니라 ‘정보’다
친환경 이후의 경제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자원의 개념이다. 과거에는 석유, 석탄, 전기 같은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에너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점점 더 큰 차이를 만드는 건 데이터와 정보다. 어디에서 에너지가 낭비되는지, 어떤 공정이 비효율적인지, 어떤 이동이 불필요한지를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가 성과를 좌우한다.
공장, 건물, 도시, 물류 시스템이 모두 데이터로 연결되면, 같은 자원으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때 경제의 경쟁력은 자연을 덜 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운영하느냐로 이동한다. 친환경 이후의 경제는 환경 문제를 기술과 정보 문제로 재구성하는 단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소유 중심 경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다음 단계의 경제 모델에서는 소유 개념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는 자동차, 콘텐츠, 소프트웨어에서 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필요할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느냐다. 이 구조는 자원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경제 활동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
기업은 더 이상 제품을 한 번 팔고 끝나는 존재가 아니라, 사용 과정 전체를 관리하는 운영자가 된다. 소비자는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이 변화는 친환경을 넘어, 경제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흐름이다.
성장의 기준은 숫자보다 ‘회복력’이 된다
친환경 경제 이후에는 경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GDP, 성장률, 매출 같은 숫자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기후 위기, 팬데믹, 공급망 붕괴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사회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경제는 위기가 왔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그래서 다음 단계의 경제에서는 회복력과 적응력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충격이 왔을 때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 얼마나 피해를 흡수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된다. 이는 단기 성장보다 장기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이다.
결국 다음 경제 모델의 핵심은 ‘덜 흔들리는 구조’다
친환경 경제 이후의 모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덜 쓰고, 덜 버리고, 덜 흔들리는 경제다. 이 모델은 이상적인 도덕론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일 수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 시스템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선택되는 구조다.
정리해보면
친환경 경제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그다음 단계의 경제 모델은 성장보다 운영, 소유보다 관리, 숫자보다 회복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 변화는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이미 곳곳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준을 바꾸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변화가 오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의 경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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